경제학에서 버블은 자산 가격이 내재 가치보다 과도하게 상승한 상태를 뜻한다. 문제는 버블이 단순한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급격한 붕괴를 동반한다는 점이다. 시대와 자산은 달라져도 버블은 역사 속에서 반복돼 왔다. 구조 역시 비슷하다. 희소성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투자 열풍이 이어지며 가격이 실제 가치와 괴리된다. 이후 어느 순간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은 급락하고, 후유증과 함께 제도 개혁이 뒤따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163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이다. 당시 세계적인 무역 강국이던 네덜란드에서 튤립은 귀족이 선호하는 사치품이었다. 특히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긴 줄무늬 튤립은 희귀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지닌 상품이었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부를 과시하려 했고, 선물 계약과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기가 급속히 확산했다. 일부 튤립 구근 가격은 숙련 노동자의 연봉을 훌쩍 뛰어넘고, 집값보다 비싸게 거래되기도 했다. 그러나 1637년 경매시장에서 수요가 줄어들자, 구매자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가격이 폭락하며 경제공황이 찾아왔다.
기술혁신이 만든 버블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192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전기·라디오·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며 기술 혁명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생산성이 높아지자, 사람들은 영원한 번영이 이어질 것으로 믿었다. 투자자는 미래 가치를 선점하기 위해 신용거래까지 동원하며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1929년 10월 뉴욕 증시가 폭락하자 투매가 이어졌고 금융 시스템 전체가 흔들렸다.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실업과 경기 침체가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이후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설립하며 금융 감독을 강화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초래한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역시 저금리와 금융공학이 결합해 만든 버블이었다. 금융회사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고 믿고 저신용자에게까지 대출을 확대했다. 대출 채권은 미국 주택저당증권(MBS)과 부채담보부증권(CDO) 같은 금융 상품으로 증권화돼 세계시장에 판매됐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상승이 멈추자 저신용자의 연체가 급증했고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관련 금융 상품 가격이 폭락하면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고 글로벌 금융기관이 연쇄 위기에 빠졌다. 세계경제는 침체에 빠졌고 주요국은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으로 위기 대응에 나섰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버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이 다시 언급된다. 당시 인터넷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자 벤처 투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기업 이름에 ‘닷컴’만 붙어도 적자 기업과 매출이 없는 기업까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00년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투자자가 실적을 따지기 시작했고, 부실기업 자금이 빠르게 이탈했다. 다만, 닷컴 기업의 시가총액이 급락했지만, 인터넷 혁명 자체가 허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구축된 광케이블과 서버 인프라는 이후 디지털 경제의 기반이 됐다. 아마존, 구글 같은 기업은 결국 살아남아 새로운 시대의 승자가 됐다.
한국 증시를 고점으로 끌고 올라가던 반도체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AI 열풍이 또 하나의 버블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AI가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데이터센터와 GPU(그래픽처리장치)에 투자되고 있으며 검색·번역·코딩·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성 향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시장 기대 속도다. 기술이 현실에서 발전하는 속도보다 시장이 미래 가치를 지나치게 앞서 반영할 때 버블이 형성된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은 늘 반복됐지만, 결국 시장은 기대와 현실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정을 겪어왔다. AI 열풍이 버블인지 아닌지는 결국 기술 발전 속도와 시장 기대 사이의 간격이 얼마나 벌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출처: 이코노미조선(http://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