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기고매체/일자: 이코노미조선(2025. 9. 22.)
ㅇ 기고자: 윤덕룡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
ㅇ 온라인 기사 링크: 100년 후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100년 뒤 우리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이 질문을 처음 던진 이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였다. 케인스는 1930년에 쓴 ‘손주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글에서 “생산성이 높아져 손주 세대쯤 되면 하루 세 시간만 일해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그의 예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생산성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은 줄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학계는 여러 해석을 내놓았다. 우선 분배의 문제다. 증가한 부가 사회 전체에 골고루 확산하지 않고 특정 계층에 집중되면서 양극화가 심화했다.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소비의 등장이다. 스마트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해외여행 등 과거에 없던 소비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오히려 더 많은 소득이 필요하게 되었다. 경제학적으로는 소득효과와 대체효과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생산성이 향상하면 여가를 더 즐기려는 소득효과가 나타나지만, 동시에 근로에 대한 보상이 커지면서 더 많은 일을 선택하게 되는 대체효과도 발생한다. 이 두 효과가 맞물리면서 노동시간은 크게 줄지 않은 것이다.
2013년 런던정경대 팔라시오스-후에르타 교수가 기획한 책 ‘100년 후 시대’에서 세계 석학들은 케인스처럼 향후 100년 후를 다시 전망했다. 아무도 ‘하루 세 시간 노동 시대’를 점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일의 성격과 가치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첫째, 육체적으로 고되고 단순 반복적인 일은 기계와 로봇이 대신하면서 인간의 노동은 지금보다 훨씬 흥미로워질 것이다. 둘째, 생애 주기 측면에서 평균 노동시간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한 개인이 노년기에 노동을 줄이며 여가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노동의 질적 측면에서 창의성과 독창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대량생산품보다는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재화와 서비스가 각광받으면서, 이에 특화된 전문가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분석은 오늘날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전 속도와도 맞닿아 있다. 이제는 인간이 하기 싫은 일이나 힘든 일만이 아니라, 인간이 잘해오던 일마저 기계가 더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0년 후 인간의 일자리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이 점점 더 절실해지는 이유다.
역사는 반복된다. 산업혁명 시기 증기기관이 수공업을 밀어냈지만 새로운 공장 노동과서비스업이 생겨났듯이, 컴퓨터 도입 역시 기존 직업을 줄였지만 동시에 새로운 직종을 만들어냈다. AI 시대에도 새로운 일자리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문제는 양이 아니라 접근성이다. 새로운 일자리가 많아져도 기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곧바로 그 자리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전문성이 높을수록 전환이 더 어려운 역설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다. 석학들의 조언은 한결같다.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재교육과 평생 학습 체계를 강화하고, 기업은 인력을 비용이 아닌 혁신의 동반자로 바라보며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개인 또한 학위나 자격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학습과 자기 역량 개발을 습관화해야 한다.
100년 후의 일자리를 지금 우리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다면, 기술이 빼앗아 가는 일자리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는 예언의 대상이 아니라 준비한 이들이 만들어가는 무대다.
출처 : 이코노미조선(https://www.economychosun.com)